중국 명나라의 열세 번째 황제 '신종' 만력제(재위 1572–1620). 그는 중국 역사에서는 무책임한 군주로, 조선 역사에서는 고마운 황제로 평가받는 상반된 이미지의 인물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국정을 외면한 황제, 중국 내의 평가
만력제는 통치 초반에는 재능 있는 군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재위 10년이 지나면서 국정에 대한 흥미를 잃고 정무를 외면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명나라의 관료 체계는 마비되고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되었죠.
특히 만력제는 자신의 능묘인 ‘정릉(定陵)’ 건설에 막대한 국고를 투입해 비난을 샀습니다. 무려 6년에 걸쳐 사치스럽게 조성된 이 무덤은 백성들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명나라 말기 재정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만력제는 국정에 무책임하고, 사치에 빠진 군주로 중국 역사에서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그러나 조선에서는…
흥미롭게도, 조선에서는 만력제를 의리 깊은 황제로 기억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임진왜란(1592~1598) 당시, 조선을 돕기 위해 파병을 결정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만력제는 조선을 돕기 위해 총 20만 명에 달하는 명나라 병력을 파견했고, 이는 왜군을 막아내는 데 결정적인 군사적 도움이 되었죠.
이 파병은 단순한 외교 협력이 아니라 ‘천자의 은혜’로 여겨졌고, 이후 조선은 명나라에 대한 충성과 예의를 더욱 강화하게 됩니다.
특히 충북 괴산에 있는 ‘만동묘정비’는 조선이 만력제와 명나라에 느꼈던 고마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유물입니다. 조선은 이후에도 명나라를 끝까지 지지하며, 청나라가 들어선 후에도 명에 대한 충성심을 놓지 않았습니다.
🧭 왜 이렇게 평가가 달랐을까?
만력제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역사적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 중국은 내정을 무너뜨린 황제로서의 책임을 물었고,
- 조선은 외세의 침략 앞에서 자신들을 도운 천자로서 기억한 것이죠.
결국 조선에서는 국운을 기울게 한 황제가 아니라, 의리를 지키고 조선을 도와준 ‘의로운 군주’로 평가받은 셈입니다.
하나의 인물도 나라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기록될 수 있다는 것. 만력제는 국정을 방기한 사치스러운 황제이면서, 동시에 의리를 지킨 구원자로서의 얼굴도 가진 인물입니다.
역사는 단일한 시각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시대, 그 사회가 바라본 가치와 관계가 평가를 결정짓는 또 다른 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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